D -6
일요일
어제 i 가 모처럼 일요일에 쉬게 됬다고 하면서 한우를 먹으며 ‘우리 강릉에서 하루 잘래요?’라고 물어봤다.
40대 초반의 I는 세련된 외모에 밝은 여성이다. 30대로 보일정도로 피부가 좋고 까무잡잡하지만 톤이 밝은 톤이다.
나를 만나고 97%정도는 항상 웃는 얼굴이라 무표정한 얼굴이 어떤지는 잘 모를정도이다.
하지만 I에 대해 솔직히 잘모른다.
i 는 sns나 유트브를 통해서 나에 대해 많은걸 알고있지만 난 I에 대해 잘모른다. 직장이 청담동이라는 것 나이 사는동네정도...
그리고 인스타에 올린 친구들,자주 가는곳...몇가지 일들... 좋아하는식당....
몇 번만나고 우리는 항상 손을 잡고 걸었다.
처음 식사한날이 떠오른다. 그녀의 밝은 모습에 매료되서 다답지 않게 손을 먼저 잡았다. 그녀는 수줍어 하며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난 그냥 꽉잡았다.
어쩌다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유일하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하루를 같이 보내자고 제안한 것이다. 40대에 이런일 쯤은 아무렇지도 않을줄 알았는데...
난 시합일주일전 꿈같은휴식을 취하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i 와 같이 누워있다.
사랑에 빠지는 매커니즘이 있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워져서 장점만 보인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취향이 존재하는 것처럼 나에게 장점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다. 장점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그것이 오래가지 못하는이유는 그 장점 외에 더 이상 다른 장점이 보이지 않으면 마치 콩깍지가 벗겨진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랑도 이성적으로 하는 내가 웃기기도 하지만 그녀는 장점이 많은 여자다.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아도 매일 새로운 장점을 알아간다.
인생을 각자 다른위치에서 40년넘게 살아오면서 맞춰진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진다는 것은 놀라운일이다. 얼마나 복잡한 일을 격고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었을까...
그 조각들이 맞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적이 아닐까...
내 아픔의 조각과 퍼즐이 맞는다면 아마도 그녀도 아픔이 있었으리라는 짐작을 하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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